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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않은 편지.

Posted 2010/09/16 03:41
  너에게도 있겠지. 돌이켜보면 네가 떠나는 마지막 길이 된 그 날.  내 방 소파 한켠에서 무언가 완성이 되어있는 편지를 발견했다. 물론 난 너에게 이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지. 지금 이 순간은 그 편지의 내용이 매우 궁금하다.
  '삶에 낙이 없다'는 나의 푸념에 너는 '행복했으면 해 언제나 기도할게' 라는 희망적 답글을 남겼다. 항상 나에게 평온함을 남겼던 너의 대답이 지속되는 듯 했지.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더라. 나의 푸념에 존재감을 잃은 너는, 한동안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다시금 내게 던졌다. 내가 답할 새도 없이 너는 그 의미에 정의를 내려버리고 말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만나자'는 '막연한 미래지향적 행복추구지만 이별의 의미'를 함축한 메세지를 남기더라.
  그래. 의미란 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매우 잘 안다. 난 항상 너의 의미를 나에게 심어 너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말한 '낙'은 현실에 치여 내버려진 나의 '낙' 일 뿐, 너의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너의 그 세 개의 메세지에 화답하지 않는 나의 모습은 나인지, 내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길고 긴 2년의 시간이었다. '행복했다. 소중했다. 절대 잊지 않겠다' 라는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는 피하고 싶다. 그저 내 기억에 한 켠을 차지할 너란 존재와 그 시간들이 생각나는 그 날까지, 추억이란 캠버스를 핑크빛 파스텔로 밝게 칠하고 싶다. 네가 떠나는 것인지, 내가 떠나오는 것인지 분간은 잘 되지 않는다. 이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우리 둘다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너를 더욱 붙잡으려 했었다. 하지만 너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나에게서 떠나가는 지금 이 순간, 난 허공조차 휘젓지 않는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이곳에서 난 많은 것을 잃었다.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나의 선택이기에 그저 책임을 지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너를 잃는 다는 것은, 나와 지금 내 현실을 또다시 증오하게끔 한다. 정리하고 싶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흔해 빠진 속담의 주인공이 내가 되는 것이 너무 싫지만, 더이상 날 버리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생긴다. 너의 '의미'가 내 삶의 치열함에 퇴색되어버린 현실이 너무나 싫다. 물론 내가 바랐던 '사랑'의 모습이 너와 완벽히 합치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있을 수 없는 것. 너에겐 있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것이 없다. 
  '마지막'이란 말은 하기 싫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믿고 싶다. 지금까지의 너를 정의하고 싶다. '최상이 아닌 최선의 선택과 최선의 사람. 그렇게 최상의 선택이 되어버린 너' 라고 말이다. 이것이 '너의 의미'대해 최선을 다한 나의 답변이다.
  너의 부치지 않은 편지는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

-2010.  9. 16
부족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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